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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7   우리에게 고급미술이 존재하는가?


우리에게 고급미술이 존재하는가?
미술평론가들이 모여 만든 비평지, 미술과 담론에서 글 하나를 발췌한다. '한국미술에 고급미술이 존재하는가?'라는 주제가 나의 호기심을 무척이나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미술비평가 조광석씨가 논쟁하는 일부 글이 다소 두서없이 전개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한국사회의 고급적 취향과 저급적 취향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한국현대미술 속에 그 미적판단의 기준이 어떻게 존재해 왔는지 생각해 보게한다. 그의 글 중 내가 갖은 의문점들, 혹은 그의 생각 중 수긍하기 난해한 부분을 하이라이트로 표시한다.

글.by mojikim



우리에게 고급미술이 존재하는가?
2007·04·07
글: 조광석

   

우리 현대미술에서 고급미술이 존재하는가? 이 말을 다시 말하면 진정한 명품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런 질문이 어떻게 보면 보수적이기도하고 유치한 우문(愚問)처럼 보이기도하다. 그러나 우리주변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그러한 고급미술과 차이를 주장하면서 스스로 그것에 대한 반감을 표시할 때 본질적인 물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현대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현대미술의 시작을 20세기 초반으로 정의되고 있다. 서양미술로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하여 우리미술은 과거와 전혀 다른 기법을 사용하게 된 시기이다. 그 이후 100년 동안 우리미술은 계속적으로 서구의 영향권 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로 있었다. 이는 20세기의 그로벌리즘의 단면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열악한 환경은 서구적인 모든 것을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미술의 상황에 대한비평과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역사적 나열에 불과한 한계를 지니고 있던 것도 그러한 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웠음을 반영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서구의 영향을 쉽게 받아들였다는 사실 보다 더 불행한 것은 고급미술로 평가될 수 있는 작품이 드물다는 사실이다. 우리미술 전체를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미술의 최근 역사가 지나온 사회적 여건을 살펴 볼 때 작품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그렇게 호감을 갖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고급미술에 대한 가치부여는 작가의 작품 제작과 함께 수용자에 의한 작품가치의 올바른 이해와 함께하여야한다. 그런데 작가나 수용자의 판단이 모두 작품의 내밀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과거 1세기동안 우리미술은 경제체제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지만 서구의 영향을 벗어나서 진정 독자적인 작품을 해왔는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이는 개화와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는 서구적 사고의 유입으로 불가분 서구미술과 상관관계에 의해 해석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이에 대하여 예술 사회학자들은 동시대의 보편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작품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이다.

결과적으로 한국미술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작품을 볼 때 작가의 작품의욕이 얼마만큼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연구는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작업을 하던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작가의 욕망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기보다는 외부와 상대적으로 평가되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 미술작품에 대한 연구는 일반적으로 역사적 사실의 나열에 불과한 상태로 작품에 대하여 직접적인 분석이나 해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말하자면 미술비평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비평은 문화적 배경아래 펼쳐나가는 철학적 작업의 일부이지만 그러한 노력이 일천하였다. 대분의 비평적 언급들이 작품에 대한 현실적지위에대해 언급할 뿐 본질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미술계에서 이론적인 연구는 1980년대 이후 유학세대와 국내에서의 연구 활동들에 의해 활발해지고 있지만 작품 제작 밖에서 거론하는 이론을 위한 이론 활동들이라 볼 수 있다. 필자도 그러한 책임의 일부를 면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로서 미술작품의 수용자의 부재이다. 이는 감상자나 수집가 모두를 말할 수 있는 데 특히 작품의 내밀화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수집가 수준의 한계이다. 우리미술계에 수집가가 표면으로 등장한시기는 1980년대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 수집가들이 존재하였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그시기에 수집가의 수준은 작품의 이해보다는 증권 투자나, 부동산 투기처럼 재산 증식의 재테크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한 수준에서 작품제작은 수용자의 요구를 따라 가게마련이다. 즉 상업적 수익성과 관련된 작품의 유통체계를 보게 되는 것이다. 미술에 대한 이해가 감상적 측면보다는 전시, 유통, 수집 모두가 과시적 효과에 머물러있는 현상도 그러한 미술 외적 관점에서 온 것들이다. 얼마 전까지 미술관이 있는 도시가 아주 드물었지만 최근 미술관 건립이 곳곳에 이루어지고 그러한 건립 형태가 관람객들의 욕구보다는 지역 행정가들의 과시적 행위에 불과한 것들이다. 미술관이 없는 것 보다 낫다는 낙관적인 평가도 있지만 미술관의 난립은 미술수준을 잘못 유도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미술관 건립의 이면에 흐르고 있는 부조리를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미술관 안에 있는 작품은 제도에의해 보장된 빈곤함을 면하기 어려운 상태는 참을 수 없는 것들이다. 이는 전시제도를 비롯하여 다양한 행사의 질적 한계를 비판 하여야하는 복합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여러 상황들은 문화적 인식의 부재를 대변하고 있으며 우리미술에는 고급미술작품이 찾기 쉽지 않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여기에서 또 다른 상황이 나타나게 된다. 고급미술의 부재를 바탕으로 전위예술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이다. 전위가 있다면 그 전위는 무엇에 대한 전위(Avant-Garde)인가?

전위의 개념도 분석을 하자면 서구에서 거론되어왔던 논의의 범주 안에 머물게 된다. 부르주아의 취향과 예술적 본질과의 거리를 해체하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논의 원형이 어떠하든 우리미술계에 나타난 작품들에서 적절한 이해를 찾아내는 작업이 어렵다.

부르주아의 취향이라 말하는 것은 고급 미술에 대한 선호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예술지상주의’를 강조하는 현상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에게 예술지향적인 작품의 존재는 찾기 어렵다. 물론 낭만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형식적으로 흉내만 내는 어색함을 지닌 것들이 있지만 역사적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한 심화 과정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르주아들에게서 나타나는 지적인 것에 대한 집착과 심미적 안목은 우리에게서 사라져버린 지 오래된 것 들이다. 현재의 상태는 돈 많은 부르주아는 안목이 없거나 심미안이 있는 사람은 경제력이 없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 그 결과 고급과 저속한 취향의 구분이 별로 없이 혼재한 상황을 유지한게 된다. 그러한 현상은 현재 우리 문화 전반에 퍼져있는 저속한 것에 대한 일반적인 선택을 낳게 하고 젊은 계층에게는 기성을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후위(後衛)(arriere- garde)가 없는 전위는 허구에 불과한 것이다.

최정화가 기획한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2006.09.01-10.15)>은 ‘허위적 전위’가 잘 나타나는 작업이었다. 이제 진부해진 그 작업 안에는 우리가 보아왔던 대다수의 미술적 행위들이 자신들과 다르고, 오히려 그런 것을 빈정거리고 있는 자신이 우월하다는 망상을 보게 한다. 가식적인 복장과 행위들로 스타처럼 매스컴에 올라야 진정한 작가처럼 인정하는 시대를 잘 반영한다.

울긋불긋한 플라스틱 제품들에서 현대 동양인의 값싼 취향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 제품들을 소비하는 계층은 경제적으로 제한된 서민들의 우울함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곳에는 일반대중이 선호하는 미적 쾌감이 없는 저급한 선택과 빈정거림뿐이다. 극단적인 과장으로 무지하고 감성적인 젊은이들의 시선을 끌어 들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곳에는 재창조될 희망이 없다. 그 작업은 저속한 취향(Kitsch)을 미술관에 들여놓음으로써 예술계의 저급함을 비난하고 있는 것을 너무나 쉽게 드러내고 있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저속함의 연속뿐이다, 아무리 치장해도 더 이상 나갈 수 없는 상태를 왜 계속하는가?

복잡하게 늘어놓은 진부한 것들과 기성의 작품의 공존은 모든 기성의 작품들이 그 의도 안에 걸려들게 하는 그물이다. 모든 현대미술이 그 안에 갇히지만 그것들에는 명품으로서 지니고 있는 명성이 없다. 즉 어디든지 걸려있는 진부함 사이에 또 다른 진부함의 반복일 뿐이다.

스스로가 키취이든지, 머든지 상관없이 미술관 안에 입성하면 작품으로 인정되는 현실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것은 그의 배경에 자리 잡은 거창한 이력서와 함께 작품의 가치는 더욱 효력을 지니게 하는 보증서가 된다.

이렇게 비평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조차 작가의 의도에 걸려들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진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그 전시를 수용한 미술관을 조롱하고 그것을 보도하는 매스컴을 조롱하는 그런 행위들을 무심하게 지나 버릴 수 없는 허구들을 경험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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