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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1   믿는것이 보는것 (Believing is Seeing) 천경우 사진전, 가인갤러리


믿는것이 보는것 (Believing is Seeing) 천경우 사진전, 가인갤러리

Believing is Seeing

천경우 사진展

2007_0517 ▶ 2007_0617



천경우_VERSUS #7_컬러인화_90×66cm_2006~2007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가인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0517_목요일_05:00pm

전시관람_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퍼포먼스 INTO: apoyo o carga, 2005-2006(지지하거나 짐이 되거나)
일시_2007_0517_목요일_05:00pm_참가자 20명과 작가





가인갤러리
서울 종로구 평창동 512-2번지
Tel. 02_394_3631
www.gaainart.com






가인갤러리에서 열리는 천경우 개인전(5.17-6.17) 오프닝 당일 오후 5시에는 참여를 신청한 20명의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퍼포먼스 〈INTO: apoyo o carga(지지하거나 짐이 되거나)〉가 열릴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 바랍니다.

시간의 축적과 인간의 관계를 담은 사진 ● “나는 내가 보는 것을 찍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을 찍는다.”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사진작가 천경우의 이 말은 사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대변해 주는 동시에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Believing is Seeing)〉는 이번 전시 제목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seeing is believing)”라는 서양의 오랜 격언에 대한 역설적 답변으로서, 시각의 명증성을 우선시하는 서구의 근대적 사고와 시각적 복제물이라는 사진의 일반적인 정의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실상 천경우 사진 전반을 관통하는 고유한 매력은 이렇듯 기존의 질서를 끌어와 결국에는 전혀 다른 반대 지점에 이르는 역설적 방법론을 취하는 데 있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천경우_VERSUS #4_컬러인화_90×66cm_2006~2007


천경우는 인물사진을 찍는다. 그의 사진 속 인물은 윤곽이 선명하지 않고 형상이 또렷하지 않다. 이러한 결과는 그가 감광도가 낮은 필름을 사용해 장시간 노출로 인물을 찍는 데서 기인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방법이 19세기 중엽 처음 등장한 초상사진의 그것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상류층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필요로 했던 초기 초상사진은 사진 속 인물이 자신임을 확실히 드러내야 했기에 무엇보다 대상의 사실적인 재현을 최우선으로 하였다. 따라서 장시간의 노출이 불가피했던 당시의 사진 기술상, 보다 또렷한 상을 얻기 위해서 사진가는 피사체에게 오랜 시간 표정을 굳히고 동일한 자세를 취할 것을 요구해야 했다. 그러나 천경우의 인물사진은 초기 초상사진과 동일한 조건을 차용하면서도 그 과정과 목적을 전혀 달리 한다.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기 위해 금장식 의자, 커튼 등의 소품들을 사용했던 당시의 초상사진과 정반대로 천경우는 의도적으로 배경을 중성적으로 처리하고, 심지어 많은 사진에서 인물들의 옷을 검은색으로 통일한다. 이는 그야말로 인물에게만 집중하기 위함이다. 장시간 노출로 배경과 옷은 묻혀버리고 우리는 오직 인물의 눈빛과 표정의 “미묘한 뉘앙스” 에만 몰입하게 된다.




천경우_BELIEVING IS SEEING #6_컬러인화_135×104cm_2006~2007


천경우의 사진이 긴 노출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그 시간 동안 사진을 찍히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세밀한 정신적 변화의 과정, 즉 “섬세한 정신의 직물” 을 담기 위함인 것이다. 따라서 그는 실물과 닮은 또렷한 상을 얻는 데 집착할 필요가 없고, 이를 위해 피사체가 부동의 자세를 취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는 조리개를 열어놓는 동안 카메라 앞에 앉은 사람에게 자유로워지기를 청한다. 수십 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 앉은 사람은 작가의 인도에 따라 스스로를 반성하고 숙고하며,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는 자와 찍히는 자 간에 수많은 대화가 오간다. 카메라가 대상이 반사하는 빛을 담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반응과 교감이 함께 담기게 되는 셈이다. 이렇듯 시간이 축적되는 가운데 서로의 모습을 반영함으로써 완성되는 천경우의 사진에서 더 이상 찍는 자와 찍히는 자라는 전통적인 의미의 주-객의 구분은 희미해진다. 그의 사진 속 인물은 “포즈를 취하는 동안 자신을 조직하고, 순식간에 다른 육체로 만들고, 미리 앞질러 스스로를 이미지로 변형시켜 버리는” 경직된 피사체가 아니므로, 더 이상 “과녁, 대상물, ...대상에 의해 사출(瀉出)된 환영이거나 사진의 유령”이 아닌 것이다. 나아가 그 결과물이 가져다 주는 섬세한 정서를 느끼고 반응하는 관객까지 그 관계 안으로 들어와 얽히게 된다. 그러므로 그의 사진에서 주도적 의미의 ‘촬영자’와 수동적 의미의 ‘피사체’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으며, 그것을 멀찍이 바라보는 ‘구경꾼으로서의 관객’도 존재치 않게 되는 것이다. “정면을 향해 오랜 시간을 나와 함께 채워나간 내 사진 속의 인물들은 나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나의 사진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모습일 수도 있다” 는 작가의 말은 그의 사진을 둘러싼 인간의 ‘관계성’을 축약하여 보여준다. 이렇듯 천경우의 사진은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초상사진으로부터 출발하여 인간의 관계와 시간의 축적에 기반한 사진의 본성을 탐구하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그는 사진의 본질적인 특성이 타인과의 관계를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님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실상 내 얼굴을 보는 사람은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일 수밖에 없기에 사진을 찍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자 하는 것이 인물사진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일지 모른다.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이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만 자기 존재를 증명할 수 있지 않은가.




천경우_BELIEVING IS SEEING #4_컬러인화_135×104cm_2006~2007


이번 전시에서 천경우는 자신의 지속적인 테마인 인간의 ‘관계성’을 더욱 심화하여 보여준다. 먼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그의 첫 컬러사진 연작인 〈Versus〉(2006-2007)는 그 제목대로 누군가에 ‘대하여’ 형성되는 우리의 인간관계를 집약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카메라 앞의 두 여인에게 서로의 몸과 얼굴을 기댄 채 두 사람의 나이를 합한 숫자의 분(minutes)만큼 자세를 유지하도록 하였다. 서로의 어깨에 자신의 체중을 실은 상태에서 수십 분을 버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이들은 서로 기대어 균형을 맞추어 가면서 중심을 유지하는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이 타인을 의존해 가면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그는 이 퍼포먼스 형식의 사진 작업에서 참가자들에게 한자의 사람 ‘인(人)’의 형태와 의미를 주지시켰다. 두 개체가 서로 지지함으로써 지탱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사람 ‘인(人)’ 자처럼 우리 인간은 독립된 존재로서 살아가는 듯하나, 동시에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타인을 통해서만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두 사람의 옷, 머리, 피부에서 반사되는 색이 수십 분간 컬러 네거티브 필름에 그대로 혹은 뒤섞여 기록되어 특별한 조작 없이도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가져온다.




천경우_BELIEVING IS SEEING #7-1, #7-2, #7-3_컬러인화_각 135×104cm_2006~2007


〈Versus〉의 전작에 해당하는 〈Pseudonym〉(2004) 역시 개념상 같은 맥락에 있다. 이 사진 연작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상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두 사람의 나이를 평균 낸 시간(minutes)만큼을 보내는 과정을 카메라가 한 방향에서 담아낸 것이다. 사람이 일종의 심리적 보호 범위에 해당하는 가까운 거리에서 타인을 마주 했을 때 느끼는 익숙하지 않은 느낌과 둘 사이의 긴장감을 의도한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들은 한 사람은 정면이 보이고 다른 한 사람은 뒷모습만이 보이도록 카메라 앵글을 고정하여 촬영함으로써 얼굴이 보이는 사람과 마주한 사람이 다른 인물일 수도 있지만 동일인물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익명(Pseudonym)’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모든 사람이 자신을 나타내고 싶은 욕구와 숨기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자아와 타아의 동시성에 관한 작가의 생각은 이 작품에서 모노톤의 이미지가 한 장은 포지티브로 다른 한 장은 네거티브로 프린트되어 한 쌍을 이루면서 그 효과가 배가된다. 이렇듯 〈Versus〉와 〈Pseudonym〉 연작은 작가 본인이 제3자의 입장에서 거리를 두고 참가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교감과 반응을 관찰하고 탐구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작품들과 조금은 차별화된 퍼포먼스 형식의 사진이다. 한편 천경우는 이 두 연작과 동일한 개념의 퍼포먼스를 실제 관객들이 있는 가운데 실연(實演)하고 그것을 비디오로 담은 〈INTO: apoyoo carga(힘이 되거나 짐이 되거나)〉(2005-2006)을 이번 전시에서 함께 선보일 것이다. 이는 작가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관객들이 현장에서 함께 경험함으로써 좀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 긴장감과 관계성이 확장되기를 의도한 것이다. 익명의 관객 10~20명이 마주 앉아 〈Pseudonym〉에서처럼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른 한 손을 마주 잡은 채 일정 시간을 보내는 이 퍼포먼스는 처음에는 모두에게 낯설고 어색했던 행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교감의 상태에 따라 짐이 되기도 하고 의지가 되기도 하는 관계의 상대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전(全)과정을 바라보는 관객들 역시 이 긴장관계에 동참하게 된다. 스페인에서 행해졌던 퍼포먼스를 영상 편집한 이 비디오 작품의 상영과 더불어 전시 오프닝 당일에는 한국 관객들의 참여로 실제 퍼포먼스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는 관객들에게 영상을 통해 보는 것과 또 다른 종류의 생생한 경험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한편, 이처럼 유사한 개념을 가진 작품군 외에 전시의 주된 축을 이루는 또 하나의 사진 연작은 전시 제목과 동일한 〈Believing is Seeing〉(2006-2007)이다.




천경우_Pseudonym #2-1, #2-2_컬러인화_각 100×126cm_2004


이번 전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처음 선보이게 될 이 새로운 연작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시각 장애 어린이와 청소년의 참여로 독일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인물군의 범위를 한정 지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되지만 여전히 작가 고유의 인물에 대한 내밀한 천착이 돋보인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볼 수 없는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그가 오랜 시간 고민해 온 ‘보는 것’과 ‘본다고 믿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작가가 카메라 앞에 앉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무엇을 보는지 혹은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인다고 믿는지 등을 묻고 답하는 30~40분의 시간 동안 노출이 이루어졌다. 시간이 축적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작가와 교감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머리에 그리게 되고 그러한 모든 반응과 교감은 한 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긴다. “눈을 뜨면 보이는 것만 보게 되지만 감으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고 나는 믿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이 ‘보는 것’ 보다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 ‘본다고 믿는 것’이 때로는 더 풍부할 수 있다.




천경우_INTO: apoyo o carga(지지하거나 짐이 되거나)_퍼포먼스 비디오설치_2005~2006_스틸이미지


〈Believing is Seeing〉 연작은 사진(寫眞)이 ‘실물을 베낀다’는 그 한자 뜻과 같이 오직 실물과의 닮음이나 사실의 복제와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작가의 오랜 생각을 우회적으로 말해주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 “물론 사진은 직접적인 사실과 관련된 것이지만, 같은 것을 바라보는 많은 다른 방법들이 있다는 믿음과도 관련된다. 진실로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 1994년 첫 개인전 이후 십 수 년 넘게 지속되어 온 천경우의 사진은 이러한 동일한 의도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인간의 관계성에 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와 시도를 감행했다. 또한 이제까지의 어두운 모노톤 위주의 작품 성향에서 잠시 벗어나 빛의 또 다른 모습인 색이 사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큰 강줄기 아래 흐르는 수많은 작은 시내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사진작가 천경우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었던 19세기 초상사진을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믿음에 이르는 21세기 새로운 인물사진으로 바꾸어 가는 긴 여행 길 위에 서있고, 이번 전시는 그 길 위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 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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