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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트 잔더'에 해당하는 글(1)
2007.02.21   아우구스트 잔더의 사회적 초상


아우구스트 잔더의 사회적 초상
아우구스트 잔더의 사회적 초상
최봉림

1924년경 잔더 August Sander (1876-1964)는 1910년 이후 행해온 작업을 바탕으로 장시간을 요하는 야심적인 사진작업에 착수했다. 그것은 그와 동시대를 사는 독일인의 모든 계급, 모든 직종을 망라하는 백과사전적 초상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장악할 때까지 계속된 이 작업의 전체적인 계획은 1927년 11월, 쾰른에서 열린 전시회, <20세기의 사람들>을 통해 공시되었다. 패널에 부착하여 공고된 <<사진에 관한 나의 신념의 표명, ‘20세기의 사람들’ Mein Bekenntnis zur Photographie. ‘Menschen des 20. Jahrhunderts`>>은 다음과 같다.

20세기의 사람들

"7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지며, 사회적 범주와 관련하여 분류된 약 45개의 포트폴리오를 포괄하는 사진으로 된 문화자료.

사람들은 이 작업을 하게된 생각이 무엇인지 내게 종종 물었다. 나의 대답은 이러했다.
보고, 관찰하고 그리고 생각하기.
우리 시대에 전적으로 충실한 역사 이미지를 주는데 있어서 사진보다 더 나은 것은 없어 보인다.
역사의 모든 시기에는 삽화가 든 글들과 책들이 있었다. 그러나 사진은 우리에게 그림과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

임무를 제시한다. 사진은 놀라운 아름다움으로 그리고 냉혹한 진실성으로 사물들을 표현한다. 그리고 또한 사진은 사물들을 엄청나게 왜곡할 수 있다.
우리는 진실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동료와 후세에 물려주어야 한다. 이 진실이 우리에게 유리하건 그렇지 않건 관계없이 말이다.
몸과 마음이 건전한 인간존재로서 본인은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혹은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대상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대담하게 바라보고자 하며, 달리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본인은 삼십년간 사진을 찍어왔고, 아주 진지한 사진가였다. 좋은 길과 나쁜 길을 걸어왔고 실수도 범했다.
쾰른 예술연맹 Kunstverein에서의 금번 전시회는 본인의 연구결과들이며, 본인은 정도(正道)를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술수를 부리고, 허식적이고, 환상적인 효과를 내는 사탕발림 사진보다 더 혐오스러운 것은 없다.
그러므로 본인은 우리 시대와 사람들에 대해 진실을 솔직히 말하도록 하겠다."

이 ‘전시회 성명서’는 무엇보다도 잔더가 이미 선택한 사진적 방법을 천명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앞으로도 계속될 작업은 독일인의 ‘사회적 범주’와 관련하여 ‘우리 시대에 전적으로 충실한 역사 이미지를 주는데’ 있다. 따라서 그는 그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얼굴, 복장, 표정을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혹은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대상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대담하게 바라보고자’ 한다. 그런데 그는 ‘우리 시대와 사람들에 대해 진실을 솔직히 말하는’ 사진적 방법을 선택의 의지로 표명하지 않고, 결연한 배제의 의지로 표명했다. 다시 말해 그가 결코 채택하지 않을 방식을 공개하면서, 그가 선택한 사진적 방법을 알렸다. 그가 ‘혐오하는’ 사진은 ‘술수를 부리고, 허식적이고, 환상적인 효과를 내는 사탕발림의 사진’이다. 그리고 그는 과격한 가치판단의 어사들인, ‘좋은 길’, ‘정도’라는 말로 자신이 선택한 사진적 방법의 우월성을 분명히 했다. 초상제작에 있어서 잔더의 선택은 분명 역사적 의의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전통적인 초상그림의 생산에 있어서 가장 큰 현안은 무엇보다도 그림이 모델과 닮아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닮아있으되 실제보다는 나은 모습으로 닮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델과 닮아야 하며 모델을 이상화시켜야 한다는 초상의 문제는 15세기 이후 초상장르가 융성하자 곧바로 나오게 되는 ‘초상 이론’의 핵심사안이었다. 모델이 된 실제 인물과 닮게 그리되, 더 나은 모습으로 그려야 한다는 초상의 원칙은, 훌륭한 예술가는 재현대상의 겉모습, 외양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정신의 눈으로 사물의 실체적 모습, 대상의 내면적 본질을 재현한다는 이상주의 미학에 곁 붙어서, 모델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초상의 숙명을 합리화했다. 즉 그림과 조각의 대상인 모델과 초상을 제작하는 주체인 화가와 조각가 그리고 모델의 재현인 초상과의 삼각관계가 금전과 권력이라는 실제적 이해관계나 아니면 가족과 연인이라는 인간적 관계로 묶여져 있는 초상의 생산은 다른 어느 장르보다도 재현대상을 미화시키고 이상화시키는 일에 골몰해야만 했다. 초상의 생산과 소비에 필수적인 이러한 미화원칙, 이상화 방침을 미학적으로 합리화시키기 위해 ‘초상 이론’은 훌륭한 초상화가, 초상조각가는 모델의 내면성과 정신성을 이상적으로 재현한다는 신기루같은 원칙을 줄곧 주장했다.

사진의 발명은 닮아야 한다는 초상의 원칙을 너무나 쉽게 만족시켜 주었으므로, 초상사진사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건네는 모델의 자신에 대한 허영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19세기의 가장 훌륭한 초상사진사들 중의 한 명인 나다르 F. Nadar가 훌륭한 초상사진의 생산에 있어서 ‘배울 수 없는’ 요건으로 ‘모델을 정신적으로 인지하는 것’이라 주장한 것도 사실 알고 보면 모델이 원하는 바의 초상을 ‘정신적으로 인지하는’ 기술의 어려움을 표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우구스트 잔더 이전에는 어떠한 초상사진가도 모델에 대한 초상의 미화, 이상화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경찰의 범죄인 증명사진 그리고 인종학이 생산한 인체 측정사진이나 정신병리학 연구를 위한 환자의 초상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초상사진관은 ‘술수를 부리고, 허식적이고, 환상적인 효과를 내는 사탕발림’ 초상의 생산에 전념했다. 잔더는 최초는 아닐지라도 체계적으로, 의식적으로 초상화의 이상화 전통과 초상사진관의 ‘사탕발림’ 관례와 단절을 꾀하기로 작정한 사진가였다. 초상의 전통에서 일탈하려는 작업에는 ‘쾰른의 진보주의 예술가들’과 같은 그룹의 교육과 격려가 있었지만, 작가는 모델에게 항상 ‘유리하지 않고’, 모델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는 그의 작업을 스스로 자위하기 위해 ‘역사를 위한 변명’을 내세워야 했다. 그의 변명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면, “우리는 진실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동료와 후세에 물려주어야 한다. 이 진실이 우리에게 유리하건 그렇지 않건 관계없이 말이다.” 



1924년경에 잔더가 타자를 치며 입안한 7개의 섹션을 열거하면, 1. 농민, 2. 장인, 3. 여성, 4. 전문 사회직종, 5. 예술가, 6. 대도시, 그리고 7은 불구자, 실업자 등을 포괄하는 ‘최후의 사람들’로 구성된다. 이러한 섹션 구분은 19세기 후반 생물학이 유럽사회의 지도학문으로 자리잡게 되자, 사회를 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유럽의 학문구조를 답습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드러내는 발언은 1929년, 소설가 알프레드 되블린 Alfred Döblin의 서문과 함께 60장의 사진이 실리는 잔더의 사진집, 「시대의 얼굴 Antilitz der Zeit」에 첨부된 작가의 ‘신청 권유서’에서 나타난다. 그에 따르면, 각각 12장씩으로 이루어지는 45개의 포트포리오의 전반적 구조는 “토지에 연루된 사람에서 출발하여 모든 사회적 조건, 모든 직업을 관류한 다음, 가장 진화된 문명의 대표자들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나약한 불구자의 단계까지 내려간다.” 다시 말해 탄생, 성장, 개화, 쇠퇴, 죽음이라는 생물체의 진화양상을 작가가 살고 있는 바이마르 공화국사회를 파악하고 인지하는 구조로 삼고 있다. 19세기 후반 이후에 인체생리학 physiology, 다윈 Ch. Darwin의 진화론, 멘델 Mendel의 유전학이 서구의 정신계에 깊은 변혁을 일으키자, 유기체의 삶과 구조를 인간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적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인문사회과학의 경향을 잔더는 나름대로 습득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잔더가 ‘토지에 연루된 농민’을 ‘원초적인 인간타입’으로 파악하고, 다시 말해 독일 사회의 시작으로 파악하고, 예술가를 ‘가장 진화된 문명의 대표자’, 즉 절정에 이른 유기체로 간주하고, ‘대도시’의 ‘최후의 사람들’을 생물학적 쇠퇴와 죽음을 보여주는 신체불구자, 실업자들로 여긴 것은 염세적인 유기체 사관(史觀)으로 당시 독일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슈펜글러 Oswald Spengler의 「서구의 몰락 Die Untergang des Abendlandes」(1916-1920)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독일의 철학자에 따르면, ‘농민은 영원한 인간이며’, ‘그 촌락은 역사의 시간에서 벗어나 있다.’ 즉 농민은 사회가 시작되는 ‘원초적인 인간타입’이며, “최후의 인간은 자기가 창조한 ‘세계적 도시’라 불리는 돌로 된 이 거상(巨像)의 희생자가 되어, 농촌으로 되돌아가기보다는 도시의 거리에서 죽기를 원한다.” 슈펜글러가 말하는 ‘최후의 인간’은 잔더에게 있어서는 상이군인, 실업자, 신체장애자, 도시빈민들이었다.  

그리고 각 섹션은 또다시 세부항목들로 세분화되지만, 그 분류는 어떤 사회학적 직업분류에 의거한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아주 상식적인 분류에 의존하기도 하며, 때로는 아주 개인적인 분류를 행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미술사가’라는 직업항목은 마땅히 ‘4. 전문 사회직종’이 포괄하는 세부항목인 ‘학자’에 포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잔더는 그것을 ‘5. 예술가’군으로 분류하고, ‘운동선수’는 기이하게도 ‘1. 농민’의 세부항목으로 분류된다. ‘3. 여성’ 섹션의 분류는 특히 혼란스럽다. ‘여성’의 세부항목은 1. 여자와 남자, 2. 여자와 어린이, 3. 가족, 4. 우아한 여성, 5. 일하는 여성, 6. 가정부, 7. 나치당 여성 등으로 나뉘어지는데, 이것들은 ‘여자와 남자’ 혹은 ‘여자와 어린이’처럼 하부항목이 상위항목 ‘여성’을 포괄하는 모순을 보이며, ‘일하는 여성’, ‘가정부’, ‘나치당 여성’ 등은 다른 섹션으로 이전될 수도 있는 여지를 안고있다. ‘20세기 사람들’을 위한 7개 섹션의 하부항목들은 한 마디로 지극히 자의적이다.
잔더가 이렇게 독일의 ‘현존 사회상태’를 나름대로 설정하고 그의 거대한 작업을 추진했던 것은 직종과 계층, 연령에 따른 사회적 초상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초상이라 함은 개인의 용모와 특성을 기록하고 기념하는 사적 기능에서 벗어나, 독일사회의 여러 계급과 직업을 구성하는 얼굴과 용모의 집단적 특성의 기록을 지향하는 초상이다. 여기에서 한 개인의 이름과 얼굴로 대변되는 모델의 개인적 역사, 개성, 개체성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 모델의 직업, 모델이 속한 계층이 갖는 표정, 용모, 제스처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직업과 계층의 전형적 특징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적 전형성을 드러내려는 의도는 다음과 같은 형식적 특성으로 이어졌다.

첫째로 그는 모델의 외관을 가장 많이,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정면성과 전신상의 선호했다. 둘째는 정면을 향한 전신상은 모델이 거주하거나 작업하는 공간의 확산광, 혹은 거의 정면에서 오는 인공광에 의존해 촬영되었다. 이것은 촬영인물을 미화하고, 이상화시키는 복잡한 조명의 조작을 거부하는 것으로, 잔더의 말을 다시 빈다면, 모델들을 ‘있는 그대로 대담하게 바라보기’ 위한 선택이었다. 셋째로 잔더는 ‘예술가’ 섹션을 제외하고는 채집한 ‘20세기의 사람들’의 어떠한 이름도 기입하지 않았다. 오직 그의 직업만이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이것은 이름이 지니는 개체성, 개별성을 제거하고, 모델을 사회 속의 직업인, 그 직업이 속한 계층의 일원으로 환원시키려는 의도의 결과였다. 예술가그룹의 경우 이름을 명기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예술가를 집단에 속한 비개성적인 사회인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집단, 계층에서 일탈한 개성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낭만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모델의 사회적 전형성을 드러내고 포착하기 위한 가장 독창적인 잔더의 발명은 무엇보다도 모델에게 포즈의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그 포즈가 모델이 속한 집단의 사회적 특성을 발현하도록 조정한 데 있다. 포즈의 선취권은 모델에게 있지만, 잔더는 그 포즈를 활용하여 그가 속한 집단의 심리적 현실을 드러나게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모델들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며 행하는 포즈의 자기주장, 자기과시가 실은 자기 시대의 경제와 문화가 주입한 사회적 산물임을 은연중에 폭로했다. 한마디로 모델이 스스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포즈와 표정을 사회학적으로 객관화했다.

잔더의 사회학적 초상작업은 1933년 나치의 집권과 더불어 지지부진해진다. 1933년 11월 열린 대규모 사진전시회 <카메라 Die Kamera>를 기점으로 독일의 초상사진은 인간의 얼굴을 조형적으로 탐구하는 모더니스트 경향과 잔더가 행한 사회학적 탐구 경향을 저버리고,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고양시키는 일에 전념하기 시작한다. 시간과 시대를 초월한 아리안 족의 침착하고 건강한 얼굴이 나치의 민족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전형적인 초상으로 자리잡는다. 독일의 우월성과 영웅적 모습을 빈틈없이 통보하는 초상만이 독일 민족사회주의의 공식 초상이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29년에 출간된 「시대의 얼굴」의 잔여본과 사진원판은 1934년에 압수, 파기된다. 잔더의 ‘20세기의 사람들’은 나치의 시각으로는 사회적 차원에서는 동질성이 결여되어 있었고, 인종 차원에서는 덜 순수했다. 게다가 잔더가 채집한 ‘시대의 얼굴’에는 독일의 민족사회주의의 건설을 위한 혁명적 열기가 전적으로 결여되어 있었다. 귀납적으로, 실증적으로 독일인의 유형학 (typology)을 모색하려 했던 잔더의 시도는 선험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위대한 독일인의 유형학을 구축하려 했던 나치의 기도에 전적으로 배치되는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출처: www.fotof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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