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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 비크로프트'에 해당하는 글(3)
2007.04.12   페미니즘 미술의 자본주의적 생존전략? <바네사 비크로프트 전시리뷰>
2007.02.28   바네사 비크로프트 전시 정보 (1)
2007.02.27   페미니즘이냐 포르노냐 바네사 비크로프트 논란


페미니즘 미술의 자본주의적 생존전략? <바네사 비크로프트 전시리뷰>
내가 개인적으로 즐겨찾아가는 augenauf님의 블로그에서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글을 퍼왔다.미술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우 솔직 담백해서 좋다. 전시리뷰를 읽다보면 글의 주제를 파악하기도 전에 숨막히는 전문용어에 글읽기를 포기한 것이 수차례이지만 그녀의 글은 마치 짧은 소설을 읽 듯, 단숨에 주욱 훑어진다. 비록 그녀의 리뷰가 비전문적이라는 따끔한 충고를 받았을 지언정, 이러한 문체가 많은 독자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게 전문용어로 잘난척 해대는 평론가들의 글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단지 좀 아쉬운 것은 정해진 글의 분량때문인지 비프크로프트 전시리뷰의 결말 부분이 흐지부지 끝난 것 같다는 것이지만.

나도 블로그를 통해 이것저것 좋은 글을 써보려고 노력하지만 언제나 나의 인내심은 너무나 빨리 한계에 달하고 이야기의  끝을 제대로 맺지 못한 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쉽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같다. 그러나 나의 짧은 어휘와 어설픈 영어실력은 가뜩이나 기초가 약한 나의 작문에 큰 장애물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런 어설픈 글쓰기를 매번 반복하다보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정작 걱정이 되는 것은 나의 작문실력 향상이 아니라 블로그를 방문하는 독자분들이다. 암호를 해독하 듯 글을 읽는 분들을 상상하면 참 죄송스럽다. 하하 ^0^   결국 이 글도 이야기가 살짝 다른데로 새나간 것 같지만.. ^^;;

어쨋든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사진과 영상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이해하기 쉬운 글 하나를 퍼왔다. 다른 작가분들이 쓴 전시리뷰평도 있었으나 대부분 전문지식이 과용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도무지 판가름이 안되어 퍼오지 않았음을 상기시켜드리며 나의 짧막한 국어실력 뽐내기는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글. by mojikim




출처 블로그 > augenauf의 블로그
원본 http://blog.naver.com/augenauf/30016483284

Art in culture 에 실린 "바네사 비크로프트" 전시 리뷰다.

잡지가 나온 게 4월 초, 이미 살 사람은 다 샀다고 보고 뒤늦게 내 블로그에도 올린다.

전문가가 쓴 것 같지 않은 리뷰, 라는 게 내 글에 대한 어떤이의 평이다.

긍정과 부정의 요소들이 모두 섞인 말이다. (실은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그래도 여러분들이 읽어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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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미술의 자본주의적 생존 전략?                       조이한

 

그날은 세개의 전시를 한꺼번에 봐야 했다. 세 전시 모두 여성의 몸이나 여성성을 주제로 한다 했다. 평창동에 있는 가나 아트 센터를 거쳐 한남동으로 이사한 표갤러리를 들렸다가 압구정동의 스페이스 C가 목적지다. 벅찬 일정이다. 혹시라도 길거리에서 추워 오돌오돌 떨지 몰라 위아래 내복에 목도리, 장갑까지 챙겨입고 출발. 그러나 날씨는 한 주 전, 갑자기 쏟아졌던 흰눈은 꿈속이었나 싶게 사라지고 어느새 봄기운이 완연했다.

 

평창동 언덕배기에 위치한 가나 아트 센터의 바네사 비크로프트 회고전”. 몇 년 전 천안의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작품을 보면서 작가가 꽤 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가 회고전이란다. 기록을 보니 작가는1969년생. 세계적으로 상당한 명성을 얻었다고는 하나 아직 삼십대 후반인 작가와 회고전이라는 묵직한 단어의 결합은 어쩐지 어색하다. 흔히 회고전은 나이 지긋한 중견 작가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대규모 전시를 말하는 게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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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녀의 작품을 봤을 때의 충격을 기억한다. 나는 좀 순진한 관객이다. 무슨 말이냐면, 영화나 미술작품에서 감독이나 작가가 의도하는 바대로 반응을 하는 편이다. 작품을 보고 화가 났는데 나중에 작가 인터뷰를 보면 그게 바로 작가가 의도했던 반응이라고 나오곤 했다. 놀림 당한 것 같아 더 화가 나지만 어쨌든 난 그런 관객이고 그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비크로프트의 작품을 봤을 때 수없이 벌거벗겨진 몸들에서, 그것도 부끄러움을 가려주는 음모까지 몽땅 면도질 당한 인위적인 날것(이런 말이 있다면)의 몸에서 오는 충격이 있었다. 아무리 자기 몸 드러내는 걸 업으로 삼고 있는 모델이라지만 그렇게 맨몸으로 불특정 다수의 관객들 앞에 세워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게다. 게다가 그들은 적게는 3시간에서 많게는 6시간 이상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서있어야 한다. 부끄러움을 무릅쓴 중노동이다. 예술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아래 가해지는 폭력성, 그리고 당혹감. 그게 바로 내가 비크로프트 작품에서 받은 첫인상이다.

 

전시장 안에 들어선 순간 썰렁한 기운이 확 끼친다. 기억컨데 그녀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랬다.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고 추워서도 아니다. 그건 벽에 걸린 작품에서부터 받는 순간적인 느낌이다. 도대체 이 느낌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싶다. 천천히 공간을 둘러본다. 단순히 벗은 여체 때문만은 아니다. 사진 속 장면은 치밀하게 계산된 구도의 고전주의 회화처럼 매우 정제되어 있고, 냉정하고, 무엇보다 노골적이다. 서늘한 느낌은 일차적으로 거기서 오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다. 모델들이 서있는 공간은 유럽의 오래된 궁전이거나 미술관처럼 보이는 곳으로, 바닥은 차가운 대리석이나 돌이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모델들과 같은 눈높이를 취한 것도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다. 그러므로 춥다는 처음의 느낌은 사진 속 모델들의 표정없는 얼굴과 공간과 바닥의 차가운 질감, 그리고 건방지거나 냉정한 카메라 시선의 위치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처음에 받은 썰렁한 느낌은 조금 수정되어야 한다. 그건 썰렁하다기 보다는 싸늘하거나 혹은 냉정함이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제일 먼저 드는 질문은 도대체 왜 여자들을 벗기는가 하는 것이다. 관음증을 유도하는 건가?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관음증을 의도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건 작품 속 여인들을 바라볼 때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당혹감 때문이다. 보는 이들에게 섹스 어필하기에는 모델들은 모두 매우 말랐고(하긴, 요즘엔 마를수록 섹시하다고 한다.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대부분 똑같은 머리모양과 화장을 하여 모델 각자가 갖고 있는 개성은 사라졌으며, 유혹하는 표정이나 포즈도 취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하나같이 피곤하고 지쳐있다. 끝까지 꾿꾿하게 버티고 있는 여인의 다리엔 피가 몰려 색이 변한 게 보일 지경이다. 비크로프트의 작품에선 여인들이 상점의 물건들처럼 관객의 눈 앞에 제시되어 있다. 감정없이 거리를 두고 제시되어있는 이 여인에게서는 오히려, 장시간 서있으면서 관객들에게 자기 몸을 제시하기를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오는 감추어진 폭력과 잔인함, 그리고 이들의 고된 노동을 지켜봐야 하는 곤욕스러움이 전해져 온다. 그건 명백히 관음증과는 다른 것이다. 그녀의 사진은 외려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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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로프트의 작업은 두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하나는 퍼포먼스와 이를 기록한 비디오 작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진이다. 모델들은 관객들 앞에서 몇시간이고 서있되 시선도 주고 받으면 안되고 말을 하거나 움직여서도 안된다는 지시를 받는다. 그러다가 막판에 가면 하나 둘씩 쓰러진다. 또 다른 퍼포먼스에선 노출 정도가 다양한 의상을 걸친 여인들이 유리식탁에 앉아 선정적인 색채의 과일과 야채를 천천히 서빙되는 순서에 따라 먹는 것도 있다. 사춘기를 지내면서 거식증과 폭식증을 번갈아 가며 극도의 식이장애를 겪었던 작가 본인의 경험이 반영된 작품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 자체로만 보자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퍼포먼스다. 외려 재밌는 건 3-6시간동안 진행되는 그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관객이다. 몇장면만 취사선택 되어 보여지는 사진 작업과는 달리 실시간 중계되는 리얼리티 쇼같은 이 퍼포먼스는, 연기하는 사람도 고역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만만찮은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한다. 정장에 세련된 옷차림을 한 점쟎은 그 관객들은 그 길고 지루한 시간동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서있었을까? 여기서 일반 대중 예술 분야에서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예술 영역에선 벌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름아닌 관객들의 인내심이다. 예술을 관람하는 사람과 대중예술을 즐기는 사람의 차이는 지루함을 참아내는 능력이다!

 

아직 충분히 생각이 전개되지 않았는데 글은 이쯤에서 끝을 맺어야 한다. 정해진 분량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결론을 맺으려하니 막막하다. 유난히 여성의 몸, 혹은 여성성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가 성행이라는 3월 한 달. 표 갤러리의 알리시아 프라미스전과 스페이스 C자인-마리 이야기까지 세군데의 전시를 둘러보긴 했으나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결론을 대신할 멋있는 문구가 별로 생각나질 않는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전시가 없으나 왜 그 말 대신에 세련되게 잘 만들어진 자본주의적 상품이 자꾸만 생각나는지도 의문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순진할 뿐만 아니라 좀 둔한 관객이기도 한 나는 비크로프트의 두번째로 본 이번 전시에서 사진 속 모델들의 몸이 완전히 벗겨진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남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을텐데 느려도 한참 느린 반응이다. 모델들은 다 벗고 있을 때 조차도 굽 높은 신발을 신고 있으며 간혹 입고 있는 속옷도 그러고보니 예사롭지 않다. 사진 옆에 붙어있는 유난히 커다란 명패에 시간, 장소, 프로듀서, 모델 캐스팅 담당자 이외에 머리, 구두, 의상, 화장 담당자의 이름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드물지만, 일단 주목한 후라면 이것들이 최고 명품이라는 걸 알아채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명품과 모델, 그리고 섭외하기 어려운 권위적인 건축 공간과 강요된 시선들, 그리고 하이힐을 신고 가만히 서있는 것으로 자신의 몸을 제시해야하는 중노동과, 쓰러지면서도 완전히 망가질 수는 없는 여성의 피곤함이 사진에 담겨있다. 관객은 그녀들을 구경할 수 있지만 모델들은 관객과 눈마주침을 해서는 안되므로 훨씬 더 힘들고 곤욕스러웠을 것이다. “보여지는 여성의 힘겨운 실존과 세계 최고 명품의 조합이라는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는 그녀의 작품을 보고 사람들은 페미니즘이라 말한다. 그리고 페미니즘적인 그녀의 작품은 팝과 미니멀, 그리고 개념미술을 합한 새로운 종류의 여성미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환영받는다. 사랑받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건 아름다운 육체 만들기에 몰두해야하는 여성의 몸과 타자의 시선을 내면화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미학을 형성하는 여자의 몸을 주제화한 것이니만큼 그녀의 작품을 페미니즘과 연결시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게 과연 페미니즘일까? 이 시점에서, 상품에는 고상한 예술을, 그리고 예술에는 자본과 대중적 인기를 서로 교환했다는 제프 쿤스의 전략이 머리를 스친다. 학적으로는 게토화 되고 일상에서는 적대시되는 페미니즘이 예술계와 예술작품을 사고 파는 시장에선 환영받고 있다는 걸 인식하는 건 어찌되었건 참으로 묘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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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바네사 비크로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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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 비크로프트 전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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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 비크로프트 Vanessa Beecroft


패션과 예술 그 어느 중간사이를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전시네요.
어제 발췌한 기사에는 페미니즘에 관련한 여성의 정체성부분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마치 패션 쇼의 한장면 같기도한 그녀의 사진을 가벼운 맘으로 재밌게 보셔도 될 법 합니다. 제 경우는 구찌의 톰포드가 인터뷰하는 중 그의 오피스에 걸려 있는 것을 무심결에 발견하고 후에 (아! 직접 인터뷰했다는 것이 아니라 TV를 보다가요..ㅎㅎ) 여러 아트잡지나 책을 통해 나오는 그녀를 보며 작품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됬었답니다. 그녀 사진의 애호가나, 콜렉터들도 보면 대부분 패션 종사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선 신세계에서 그녀를 초대해 얼마전에 퍼포먼스를 했고요.  패션+예술+상업적 프로모션이 그럴싸하게 들어 맞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가나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 구경 한번 가보세요. 아래 전시 정보 퍼왔습니다. 저도 아직 실물 프린트는 본적이 없어서 무척 궁금하긴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밖에 나와있어 이번에도 그녀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접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그녀 작품을 접하기가 그리 흔치 않을 듯 싶은데 아쉽네요..
어쨋든 사진을 좋아하시고 패션을 사랑하시는 분들. 꼭 가보시길...!
 그리고 전시 감상하신 후 댓글 남겨주심 더 좋고요..! ^0^

글.by mojikim


제 목: Vanessa Beecroft Retrospective
일 시: 2007. 2. 28 (수) ~ 3. 25 (일)
장 소: 가나아트센터 전관

가나아트갤러리는 이태리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퍼포먼스 아티스트, 바네사 비크로프트(Vanessa Beecroft, b. 1969)의 한국 최초 Retrospective 전시를 개최합니다.
바네사 비크로프트는 1994년 밀라노 브레라 미술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그 해 밀라노 ‘VHS’전에서 보여준 8년 간의 일상을 담은 작품과 뉴욕 안드레아 로젠 갤러리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1993년 VB1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브라질, 일본에서 다양한 컨셉으로 진행된 퍼포먼스와 퍼포먼스의 순간을 기록한 사진 작업, 그리고 영상 작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라이프찌히에서 진행된 퍼포먼스 VB36(1998)부터 베를린에서 열린 퍼포먼스 VB55(2005)까지 퍼포먼스와 함께 제작된 사진 40여 점과 함께 처음으로 그 간의 영상 작업을 비디오 룸에서 선보입니다. 에로틱한 분위기와 초현실적 긴장감이 공존하는 가운데 여성의 정체성과 경이의 대상으로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는 비크로프트의 예술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Tag : 가나 갤러리, 바네사 비크로프트
Commented by Favicon of http://blog.naver.com/boigi502 BlogIcon boigi at 2007.03.05 22:43  r x
요거 보러 갈려공. 다녀와서 블로그에 후기 올릴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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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냐 포르노냐 바네사 비크로프트 논란

페미니즘이냐 포르노냐 바네사 비크로프트 논란

행위예술가 비크로프트 내한 퍼포먼스

김수혜기자 goodluck@chosun.com

입력 : 2007.02.26 23:58 / 수정 : 2007.02.27 08:50

세계적인 행위 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37· Beecroft)가 26일 서울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퍼포먼스를 했다. 이 백화점 4층과 5층을 잇는 넓은 계단에 붉은색과 살색 옷을 입은 여자 모델 31명을 둥글게 세운 뒤 6시간 동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게 하는 퍼포먼스다. 무위(無爲)와 피로에 지친 모델들이 하나 둘씩 무너지듯 주저앉는 과정을 비크로프트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었다. 이번 작업의 제목은 ‘VB60’.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60번째 작품’이라는 뜻이다.

비 크로프트는 69년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태어나 뉴욕에 사는 작가다. “당대의 행위 예술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가졌다”고 미술평론가 임근준(36)씨는 말했다. 평단 안팎에 격렬한 논쟁을 일으켜왔고, 동시에 부자 컬렉터들에게 인기있다는 얘기다.

    ▲ 이탈리아 토리노의 카스텔로 D 리볼리 현대미술관에서 바네사 비크로프트가 벌인 퍼포먼스‘VB52’. /가나아트센터·신세계갤러리 제공

    그 녀의 퍼포먼스는 시종 골격이 똑같다. 모델 수십~100명을 관객 앞에 장시간 우두커니 세워놓고 자세와 대오가 서서히 흐트러지게 만든다. 딱 두 차례 미국 해군 남자병사들을 쓴 걸 빼면, 전부 여자 모델을 썼다. 서울에선 옷 입은 모델을 썼지만, 베를린·LA·제노아 등에선 모델을 홀딱 벗겼다.

    논쟁이 불거져 나오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유럽과 미국 평론가들은 “나체의 미녀들이 흐트러지는 과정을 통해, 여체를 성적 욕망의 대상에서 ‘몸’ 그 자체로 승화시킨 페미니즘 미술”이라는 진영과 “지식인용 고급 포르노에 불과하다”는 진영으로 갈려 싸우고 있다. 작가 본인은 옵서버지(신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기 작품은 “수치·자기혐오·불안 등 내 마음 속에 추한 정경을 투영한 자화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 26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세계적인 행위 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가 퍼포먼스‘VB60’을 벌였다. /주완중기자

    비크로프트는 영국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3세 때 양친이 결별한 뒤 줄곧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신실한 가톨릭 신자들로 꽉 찬 이탈리아의 소도시에서 ‘무신론자·급진좌파·싱글맘(single mom)’인 비크로프트의 어머니는 거의 외국인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비크로프트는 살찔까봐 두려워서 14세 때부터 10년간 자기가 먹은 모든 음식을 일기장에 강박증 환자처럼 기록했다.

    93 년 밀라노에서 선보인 첫 퍼포먼스 ‘VB1’은 일종의 고백이었다. 그녀는 화랑 복판에 일기장을 놓고, 미대 동창 30명에게 자기 옷을 입혀서 일기장 주위를 느릿느릿 돌게 했다. 초기 작업을 찍은 사진으로 그녀는 세계적인 화상(畵商) 제프리 디치 눈에 띄어 뉴욕에 입성했고, 29세에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8일~다음달 25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바네사 비크로프트’ 회고전은 유럽 평론가들의 논쟁에 우리 미술팬들도 한번 끼어들어볼 좋은 기회다. 과거의 퍼포먼스를 찍은 사진 40여 점이 걸린다. 과연 페미니즘일까, 포르노일까? (02)720-1020


    ▲ 26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 3층 계단에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지휘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31명의 붉은색과 살색옷을 입은 모델들은 온종일 서서 점차 망가지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조선일보 주완중기자

  • Tag : 바네사 비크로프트, 신세계, 행위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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