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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논란'에 해당하는 글(1)
2007.04.07   상품화의 그물망을 벗어나려는 열망 [문화칼럼] 대필 논란을 지켜보며


상품화의 그물망을 벗어나려는 열망 [문화칼럼] 대필 논란을 지켜보며
엊그제 낸시랭에 관한 이택광씨의 글에 반해서 그분 글을 좀 더 찾아보았다. 좀 지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한국 문학계의 대필논란에 관련한 글이다. 한국사회와 문화에 표절/대필이라는 심각성을 짚는 글이라기보다는 '우리는 그들에게 왜 이렇게 분노하는가?' 라는데 주제에 무게가 더 실려있는데 내가 이 분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있다. 정지영 아나운서나 한젬마의 도덕적 윤리성을 질타를 퍼붓는 글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가 언변을 토하고자 하는 쟁점은 식상한 윤리, 도덕성을 들먹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뒷면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된 배경에 관한 것이다.

매번 부정/부패에 관련한 비평문을 읽다보면 언제나 가슴만 답답한채 한숨만 쉬게 된다. 하나같이 뻔한 결말의 글들은, 대부분 '역시 이래서 우리는 안된다'는 부정적인 의식만 머릿속에 심어놓기 일쑤였으며, 옳다/그르다, 책임이 있다/없다'라는 식의 작가의 편파적이고 단층적인 판단만으로만 한국의 사회현상을 꼬집으려 들다보니 담론이 형성되어야 할 글들은 대부분 남 헐뜯기 식으로 끝을 맺곤 한다. '이래서 저래서 이사람이 잘못한거야'라는 식의 글은 작가와 독자 모두가 배타해야 할 그릇된 사고이다.

작가들이 풀어줘야할 이야기 보따리는 대필논란에서 발생한 심각성을 독자가 의식할 수 있도록 도우며, 그같은 상황이 연출되는데 어떠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지 제시하며,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 지 함께 고민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사고의식의 변화는 개개인의 태도를 변화시킨다. 좋은 글은 우리가 봐야 할 지점을 단 하나의 점으로 찍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 주위에 여러 점을  찍어줌으로서 그 주변을 돌아보게끔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글이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그가 찍어 준 점이 남들이 찍어 놓은 그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택광씨가 늘어놓는 자본주의시대의 문화적 징후, 고질적인 병이 되어버린 분열증은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주는 시도라고 읽혀진다. 그가 말하는 자본주의의 병폐 속에 발생한 염증은 정지영 아나운서나 한젬마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기 때문에이다. 문제의 치료는 밖에서 일어나야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그 손가락을 내 몸에도 가리키는 일이 또한 독자가 좋은 글을 읽으며 매번 생각해보야할 것이 아닐까?

글. by mojikim  


리뷰&칼럼

상품화의 그물망을 벗어나려는 열망
[문화칼럼] 대필 논란을 지켜보며 [이택광 _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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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과 조작으로 한동안 시끄럽더니, 이제는 대필과 도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표절과 조작이 학계의 문제라면 대필은 출판계의 문제다. 여기에서 내 관심을 끄는 건 대필이다. 대필이 뭔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남을 대신하여 글씨나 글을 쓰거나 또는 그렇게 쓴 글씨나 글을 뜻한다. 이런 뜻에서 “원고를 대필하다”나 “편지를 대필하다”라는 용례가 가능하다. 영어로 대필은 ghostwriting이고 대필 작가는 ghostwriter다. 한 마디로 대필은 유령 같은 작업이다. 누군가의 육신에 영혼을 빌려주는 일과 비슷한 거다.

대체로 외국에서 대필 작가는 주로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거나 일정이 바빠서 글 쓸 여유가 없는 정치가들과 유명 인사들의 글을 고쳐주거나 대신 써주는 직업으로 통한다. 대필 작가의 역할은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원저자가 쓴 초고를 다듬고 편집해서 책으로 출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거나, 원저자에게 아이디어나 이야기를 듣고 이를 토대로 해당 분야를 연구해서 책을 써주는 거다. 자서전을 쓰기 위해 대필 의뢰인이나 주변인들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사실들을 조사해서 원고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요즘 외국에서 대필 작가의 역할은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출판사가 대필 작가들을 고용해서 소설을 쓰게 하고, 이를 시장성 있는 작가의 이름으로 출판하는 경우는 이제 상식처럼 되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탐 클랜시(Tom Clancy)같은 작가가 이런 경우다.

어떻게 생각하면, 얼마 전 대리번역 사실이 밝혀져서 곤욕을 치렀던 『마시멜로 이야기』의 정지영 아나운서나 지금 대필 의혹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그림 읽어주는 여자』의 한젬마씨는 이런 대필 작가의 역할을 용납하지 못하는 한국의 정서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할 생각이 별로 없다. 게다가 대필이 옳은가 그른가를 논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대한 판단을 내리려면 좀 더 진지한 철학논문을 써야 할 거다.

내게 흥미로운 건 한국 여론에서 대필이 왜 정서적으로 용납되지 못할 일인가 하는 사실이다. 여기에 어떤 분열증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이상한 건 이런 거다. 매연과 중금속으로 오염된 바깥 공기를 개선할 생각은 않고 방 안에 어떤 공기청정기를 들여놔야 더 몸에 좋을까 고민하는 사람들. 한미FTA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교통체증을 유발했다고 비난하면서 경기가 엉망이라 장사가 안 된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 천정부지로 오르는 강남 아파트값을 비난하면서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값을 올리기 위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담합하는 사람들. 일찍이 홍세화씨는 이걸 일러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이라고 불렀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건 분열증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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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열증으로 인해 대필 사실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지만 『마시멜로 이야기』나 『그림 읽어주는 여자』같은 “가벼운” 책들만이 잘 팔리는 한국의 독서풍토에 대한 반성은 찾아보기 어려운 건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이런 분열증을 치유해야 한다는 설교를 늘어놓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런 분열증은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자본주의 분열증을 생산적인 힘으로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실화와 허구가 뒤섞이고, 슬픔을 기쁨으로 가볍게 TV채널처럼 바꿔버릴 수 있는 자본주의 문화는 우리에게 약이면서 독이다. 모든 전통과 인습을 가볍게 우스개로 만들고 위계를 허물어버린다는 의미에서 자본주의 문화는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자본주의는 상품화라는 날카로운 뱀파이어의 이빨을 드러내고 인간의 피를 남김없이 빨아먹으려 든다.

대필 작가는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종착역을 보여주는 문화의 징후다. 자본주의는 영혼을 가진 인간을 모두 유령으로 만들어 버린다. 자본을 위해 노동도, 예술도, 종교도 모두 유령이 되어 버린다. 때문에 영어로 대필 작가가 ghostwriter인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대필 작가는 자본에 영혼을 판 유령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에서도 빈번하게 운위되었던 “작가의 죽음”이라는 말은 이런 “창작의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출몰한 거다. 대필 작가의 존재는 작가주의의 죽음을 뜻한다. 문학의 영역으로 국한해서 본다면 대필 작가야말로 “근대문학의 종언”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증거물인 셈이다.

이런 징후는 영화의 발명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까닭에 대필 논란에 휩싸인 한 출판사가 책 제작 과정을 영화 제작과 동일시해서 자신을 정당화한 건 여러모로 흥미로운 일이다. 독일의 문예학자 발터 벤야민은 영화의 출현이 어떻게 창작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선구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벤야민은 예술창작의 작가주의를 허물어버리는 영화의 요소로 “편집”을 들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찍어도 영화는 편집해버리면 그만이다. 작가의 의도야 어떠하든, 편집해버린 그만인 거다. 대필 작가는 이런 영화의 편집행위가 그대로 글쓰기로 옮겨온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대필 작가가 용납되지 않는 건 역설적으로 아직 독서시장이 자본주의의 합리화에 완전히 잠식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이 어디인가? 그래도 세계에서 시인이 제일 많은 나라가 아닌가? 여전히 대중은 모름지기 글이라면 작가의 영혼이 스며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않은 글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이는 결국 글은 진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거다. 자본주의의 합리화가 날로 속도를 더해갈수록 사람들은 형이상학의 세계를 갈구하게 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이런 형이상학적인 것에 대한 욕망조차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먹기 좋게 포장해서 시장에 내놓는다. 『마시멜로 이야기』나 『그림 읽어주는 여자』같은 책들은 이런 목적을 위해 일정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특별한 상품이다. 그런데 이런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대필을 문제 삼는 건 뭘 암시하는 걸까? 어쩌면 대필 논란은 상품화의 그물망을 벗어나서 이런 형이상학적인 것에 대한 열망을 보전하려는 대중의 필사적 노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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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광 문화평론가는 1968년 생으로 문화이론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2002), 『들뢰즈의 극장에서 그것을 보다』(2002)가 있으며 광운대학교 영어영문과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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