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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다원예술축제'에 해당하는 글(1)
2007.05.09   "이것은 퍼포먼스 이다 [공연칼럼] 제롬 벨 < PK와 나 >에서 있었던 일,펌글


"이것은 퍼포먼스 이다 [공연칼럼] 제롬 벨 < PK와 나 >에서 있었던 일,펌글
"이것은 퍼포먼스 이다"
[공연칼럼] 제롬 벨 < PK와 나 >에서 있었던 일

출처:
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004&title_down_code=002&article_num=7728

지난 4일 스프링웨이브페스티발 개막일 공연을 가진 제롬 벨의 〈PK와 나〉에서는 관객이 공연에 항의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 지난 4일 스프링웨이브페스티발 개막일 공연을 가진 제롬 벨의 〈PK와 나〉에서는 관객이 공연에 항의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서유럽 출신의 제롬 벨과 타이 궁중무용 전수자이자 안무가인 핏쳇 클런천. 이 두 사람이 각자 상대방의 춤에 대해 묻고 또 그에 답하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이제 공연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즈음, 몸 그 자체를 탐구하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제롬 벨이 바지를 벗으려 하자 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던 핏쳇 클런천이 갑자기 당황하며 제롬 벨을 제지한다. 벗어야 한다, 벗지 말아라. 두 사람의 가벼운 실랑이가 막 시작되려고 할 때 어둠 속의 객석에서 갑자기 하나의 목소리가 무대를 향해 터져나온다. “퍽큐!”

지난 4일, 국제다원예술축제를 표방하며 올해 처음 시작된 스프링웨이브페스티발의 개막일에 막을 올린 제롬 벨의 <PK와 나>에서는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무용계의 악동이라 불리는 제롬 벨이건만 그는 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역역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가르며 “퍽큐”라는 자극적 단어를 내던졌던 그 관객은 이어서 무대 위의 두 퍼포머에게 똑똑한 유럽의 컨템포러리 예술가와 멍청한 아시아의 전통무용수를 연기하고 있다며 공연에 대한 항의의사를 직접적으로 표명했다. 객석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었던 것. 객석을 향해 제롬 벨과 핏쳇 클런천은 이것은 준비된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공연의 안무자(?)이자 퍼포머로 무대 위에 있던 제롬 벨은 관객의 항의성 돌발행동에 ‘이것은 퍼포먼스 이다’라고 누차 강조하면서 그 관객에게 지금 당장 극장을 나가지 않는다면 공연을 중단시키겠다고 했다. 결국 그 관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 성큼 객석을 가로질러 극장을 빠져나갔고 또 한 명의 퍼포머였던 핏쳇 클런천이 상황을 수습한 후 준비된 마지막 장면을 마치고 무사히(?) 커튼콜이 이어졌다.

제롬 벨은 관객의 항의성 돌발행동에 ‘이것은 퍼포먼스 이다’라고 누차 강조했다.

자 그런데 이것은 스캔들인가 아니면 새롭게 완성된 또 하나의 라이브 퍼포먼스인가. 한 관객의 돌발행동이 보여주는 자와 보는 자라는 객석과 무대의 약속을 파괴함으로써 공연 진행이 중단되었던 사건으로 본다면, 이것은 스캔들이다. 한 사람의 의도된 돌발 행위가 공연을 중단시켰다는 점은, 그것도 “퍽큐”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공연자에게는 물론이고 관객들에게 무례함을 넘어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 또한 똑똑한 컨템포러리 예술가와 멍청한 전통무용수라는 공연에 대한 그의 ‘단정’ 역시 공연자에게는 물론 그 공연을 또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을 수도 있는 다른 관객들에게 인식적 폭력일 수도 있다. 제롬 벨이 굳이 불쾌함을 감추지 않으면서 ‘이것은 포퍼먼스 이다’라고 누차 강조했던 것은 상황에 대한 이러한 이해와 판단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당연히 준비된 공연을 잠시 중단시켰던 그 사건 아니 사고는 <PK와 나> 이날 공연에서 잘라내야 할 불필요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실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바로 그 사고 아니 사건은 제롬 벨이 너무도 명료한 것이라 말했던 것이 결코 명료하지 않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결코 명료하지 않은 그것은 바로 ‘퍼포먼스’ 이다.

이미 무수한 현대공연예술이 그렇듯이 제롬 벨의 이번 공연 역시 익숙함을 배반하는 ‘낯선’ 것이었다. 무대 전면 마주보고 떨어져 앉아있는 두 개의 의자가 전부인 빈 무대에서 공연의 대부분은 예의 묻고 답하는 그들의 대화였다. 대화 도중 자신의 춤을 설명하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것 역시 그들의 대화 안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공연은 빛과 어둠으로 무대와 객석을 가르고 있지만 그러한 관계에 전제되어 있는 ‘보여주기’가 없다 할 수 있다. 그들은 그저 그들의 대화를 나눌 뿐이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는 분명 하나의 공연으로 존재하고 충분히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서로의 춤에 대한 두 사람의 호기심과 의문은 춤의 근원이라 할 몸과 그 몸에서 비롯되는 움직임 그리고 그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의식과 문화의 맥락까지를 드러내 주고 있었다. <PK와 나>는 실재와 표현의 간극을 지워버림으로써 또 하나의 흥미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의도되거나 의식되거나 관습화된 보여주기가 없을 뿐 이들의 공연은 엄연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연의 전개는 제롬 벨 자신의 공연에도 여전히 존재하던 (그러나 보이지 않았던) ‘보여주기’에 대한 관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이기도 하다.)

극장이라는 관습에서 지워지게 마련인 ‘현실’이
불거져나오는 순간 제롬 벨의 ‘퍼포먼스’는
그 위태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제롬 벨의 <PK와 나>는 결코 심각하거나 고함을 치거나 하지 않지만 기존의 통념을 배반하는 도발적인 것이라 할만하다. 끊임없이 무대와 객석, 보여주는 자와 보는 자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이것은 퍼포먼스 이다’마저도 이 공연의 컨셉에서는 명료한 어떤 경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공연 중 자신의 작품을 핏쳇 클런천에게 설명하면서 말했던 바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마다 꼭 넣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안무라면서 객석을 바라보는 무용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덧붙여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고 있는 관객을 지우는 기존의 공연 관습에 대한 의심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는 더불어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공연자와 관객의 평등한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결국 극장은 모든 자극이 차단된 실험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PK와 나>에 대한 관객의 항의는 제롬 벨이 ‘준비하’거나 ‘예상했’던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의 공연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공연의 맥락과 무관하다는 의미의 ‘돌발행동’은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관객과 퍼포머가 주고 받은 짧은 설전은 이 공연에 불필요하게 생성된 잔여가 아니다. 그가 선택한 단어나 그가 표명한 견해가 자극적이거나 민감한 것이었나 하는 점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데 그 척도라는 것은 얼마나 유동적인 것인가.)

노트북을 꺼내들고 핏쳇 클런천에게 이름 나이 등의 질문을 던지는 데에서 시작되는 공연의 첫장면에서 드러나듯이 두 사람의 대화는 제롬 벨이 주도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세계적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서유럽 출신의 이 안무가와 지금 이 공연에서 처음 대면하게 된 타이의 전통무용수의 대화에서 관객은 당연히 제롬 벨의 시선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관객의 불편함은 예술적 관습을 깨뜨리는 낯설음을 넘어서는 것이다. 지리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나’는 핏쳇 클런천이면서도 제롬 벨의 시선을 취하는 불편함 말이다.

제롬 벨이 의도했든 아니든 의식했든 아니든 두 사람의 대화는 그저 서로에게 낯선 다른 춤을 추는 두 예술가의 것이지만은 않았다. 공연에 항의했던 관객이 극장을 빠져나가고 난 후 핏쳇 클런천이 상황을 수습하면서 말했던 것처럼 두 사람의 대화를 ‘유럽’과 ‘아시아’의 충돌로 읽혀질 수 있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 현실은 극장 안 객석의 불을 꺼둔다고 해서 지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롬 벨의 <PK와 나>는 제롬 벨이 말한 ‘퍼포먼스’ 그 자체로만 본다면 상당히 세련되면서 진지한 대화일 수 있었다. 제롬 벨과 핏쳇 클런천은 상대방의 춤과 문화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되는 진지한 호기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극장이라는 관습에서 지워지게 마련인 ‘현실’이 불거져나오는 순간 제롬 벨의 ‘퍼포먼스’는 그 위태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그래서 제롬 벨이 ‘이것은 퍼포먼스이다’라고 누차 강조할 때 그의 ‘퍼포먼스’는 보여주는 자와 보는 자가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함께 살고 있다는 지금 여기를 지워버리는 것이 되고 말았다.

뱀발 하나. 제롬 벨 <PK와 나> 첫 공연에 특별 출연한 '관객'은 『아트인컬처』의 편집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임근준이었다.

        
 
편집 :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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