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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 에 대하여 (펌글:미술관련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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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log.empas.com/desumi/24329403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 에 대하여


동시대적 문화 감수성, 젊은 세대의 감수성, 젊은 작가들의 고통과 행복 * 한계와 경쟁력, 비주류 또는 젊은 피, 예술 세계에서 ‘경쟁’의 의미, 예술의 유효성.


우리는 왜 이 전시를 기획하고, 왜 이 책을 쓰는가?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 Blue Ocean * The Blossom of Youth.’ 이 제목의 기획이 근저에 깔고 있는 것은 ‘동시대의 젊음과 이제 막 개화하는 그들의 미적 감수성’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지금 우리시대의 젊은 감수성’이 어떻게 예술작품 속에서 표현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서술하려 한다.
   흔히 ‘젊음’하면, 생물학적 연령이 20-30대인 사람들을 가리키게 되고, 그런 사람들의 육체적 * 정신적 상태가 건강하고 활기참을 떠올리게 된다. 단순히 ‘어림’과 ‘늙음’ 사이의 어중간한 상태, 모호하고 불안정한 위치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의미로 ‘젊음’은 가장 생기발랄하고 열정적인 존재의 상태, 가장 분명하고 강한 입장을 의미한다. 우리가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젊음’은 바로 이러한 존재 상태와 입장을 가진 동시대 한국현대미술의 젊은 작가들과 그들의 예술이다.   
   어느 시기, 어느 영역에서나 당대의 핵심적인 변화와 경향에 대해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지금 여기’가 변화하는 양상과 그 경향을 파악하고, 그 핵심을 감각적으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논리적 언어로 서술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유는 말 그대로 ‘변화’와 ‘경향’은 가변적이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문화의 속도는 과장하자면 음속과도 같아, 하나의 주제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항시적 ‘변화’ 속에 있지만 이 변화가 어떤 사고의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유행에 쓸려 가버리기 때문에 문화는 ‘언제나 동일한 것의 반복’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진정 우리 자신의 내부, 우리 삶의 심층, 우리 문화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가장 바깥에 드러난 양상에 이르기까지 움직임과 형성물들을 말할 수 있을까? 우선 필요한 것은 현상을 분명하게 관찰하고 인식할 수 있는 ‘의식적 거리’와 ‘그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찰과 인식의 결과, 성찰의 내용을 그에 합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을 통해 구체화하는 일이다.
   우리는 현재 한국사회의 ‘경제 만능 사고’에서 촉발된 미술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 아트 마켓만을 비대하게 만들고 있음을 알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증폭되고 있는 미술에 대한 관심(interest)은 정작 ‘미술’은 소외시킨, 이익(interest)에 대한 광적인 애정으로 보인다. 칸트가 정의하는 ‘무관심의 미’가 아니라 온통 ‘사적 관심에 얽매인 미’가 난무하는 곳에서, 상대적으로 비어가는 것은 작가와 감상자 모두의 ‘미술 실천’이다. 미술작품 상품 진열대 칸과 몇 몇 상업갤러리, 옥션, 미술품 거간꾼, 투기꾼의 은행계좌 칸이 꽉꽉 채워지는 가운데, 작가의 예술적 생산력, 감상자의 예술 이해와 문화적 향유, 미술비평 담론의 실천성이라는 칸은 ‘쓸데없는 것’ 정도로 격하되고 있다. 우리는 2007년 현재 한국 미술계 ‘속’을 지배하고 있는 이러한 천민자본주의 상업적 경향에 맞서 ‘작품 * 향유 * 담론의 예술’이라는, 비어가고 있는 미술의 칸들에 생산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기입하고 싶다. 이 공허하게 비어가는 칸들은 결코 시장이 검증한 유명 작가들, 한국현대미술사가 인정한 원로들의 예술을 중심으로 안전하게 기술될 수 없다. 오히려 변화의 과정 속에서 있는 젊은 감수성의 작가들, 누구로부터 인정받을 어떠한 기회도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무명 미술가들의 빛을 보지 못한 예술을 중심에 두고 지적 모험과 비약을 펼치는 방식으로만 서술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동시대 젊은 작가 23인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 그들이 경험하는 것, 그들이 자신의 예술로 표현하는 것을 ‘지금 여기 문화’의 변화와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현상들’로 삼았다. 생물학적 연령으로 매우 젊거나, 작가 이력으로 거의 완벽하게 무명이며, 아주 사적인 작업 성향을 가진 이들 23명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의 참여 작가들은, 어떤 세대적 대표성이나 예술적 성취, 보편적 의미의 예술성을 갖고 있어서 선택된 사람들이 아니다. 반대로 우리는 이 작가들이 새파랗게 젊고, 무명이라는 점에 주목했으며, 그들의 경험과 사고, 예술에 대한 열망이 기성의 완성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미완성이기 때문에 함께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 23명 참여 작가들의 미술은 아직 상투적 해석과 이전투구의 경쟁에 물들지 않은 ‘블루 오션’이고, 이 작가들의 경험과 표현은 ‘가장 미약하고 파편적인 현상들’이다. 우리는 이 작가들 대부분을 미술대학 졸업학년이었을 때 만나, 이들의 작업을 쭉 지켜보았으며,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에 대한 ‘미결’ 상태의 생각을 공유했다. 이 이야기는 책에서 ‘23명 인터뷰’로 당신께 전해진다.
   아직 미술계에 작품을 선보일 기회조차 만들지 못한 한 작가가 자기 ‘회심의 역작’이 유명 작가의 작업과 너무 비슷해, 스스로 그 작업을 접으면서 ‘갑갑해’ 하는 것을 보았다. ‘세간에는 영 아티스트 발굴 어쩌고 떠드는데 왜 내 작품 보러 오는 사람 한 명 없느냐’, ‘도대체 젊은 작가 발굴한다는 큐레이터들이 돌아다니는 발굴처가 어디냐, 그런 일을 하기는 하느냐’는 항의성 질문도 받았다. 그리고 ‘당신이 비평가이고 큐레이터라면’ 자신들의 예술에 대한 충동과 의지를, 그 한시적으로만 빛나는 것들을, 글을 통해서든 전시를 통해서든 구체화해야 마땅하다는 요구를 들었다. 우리가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라는 주제전시를 통해 이 23명 젊고, 경력이 일천한, 개별적인 예술 성향을 가진 작가들의 미술을 드러내고, 동명의 책을 통해 동시대 젊은 감수성과 의식을 언어화하는 기획에 착수한 데는 작가들의 이러한 ‘모종의 압력(?)’이 한 몫 단단히 했다.
   우리는 지금이 ‘우리시대의 젊은 감수성’에 대해 보여주고, 말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사회 여러 영역의 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가 보기에 ‘어떤 변화’는 이제 무르익었고, 아직 ‘다른 변화’로의 도약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어떤 변화’는 긍정적인 의미와 그 반면교사로서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다른 변화’는 물론 그간의 부정적인 변화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가 준비해야 할 긍정적 변화이다. 우리가 여기서 ‘어떤’이라고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표현한 ‘지금 여기의 경험 * 문화 * 예술적 변화’에 대해서, 여러분이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 전시를 보면서 감지하고, 책의 본문을 읽으면서 파악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전시와 책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구조 속의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가 처음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를 구상한 것은 2006년 9월이다. 그때 이 기획은 참여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크게 세 과정으로 나누고, 작업 성향에 따라 하나의 전시 속에 세 개의 소전시로 구성하며, 작가들의 인터뷰와 작품 비평을 통해 동시대 젊은 감수성에서 세 가지 미학적 요소를 추출한다는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우리는 이 기획을 1년여 동안 진척시켜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라는 제목을 가진 하나의 전시와 한 권의 책으로 구체화하게 되었다. 전시가 세 개의 소주제(+포트폴리오 전시)로 구성되고, 책 속에서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읽은 동시대 젊은 감수성이 세 가지 미학적 요소로 정의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3 Process - 3+1 Exhibition - 3 Aesthetic Elements 
3 Process
전시장소
 3+1 Exhibition
3 Aesthetic Elements
 푸른 대양으로
갤러리 벨벳 1층
푸른 대양
 미결정성
전성기 예견
갤러리 벨벳 지하
청춘의 개화
감촉성
불시착
심여 화랑
  불시착
응결된 불안
 
갤러리 175
 포트폴리오
 
 
   요컨대 우리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창작 과정을 ① 새로운 미술을 향한 충동(‘푸른 대양으로’) ② 암중모색(‘불시착’) ③ 자기 예술에 대한 긍정과 정립 시도(‘전성기 예견’)로 나눠 보고자 한다. 이 과정을 번호 순으로 표기했지만, 전혀 발전단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또 해당 주제에 속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그런 단계에 있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기성의 성공한 작가이든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작가이든 작가들에게는 누구도 하지 않은 자기만의 작업을 하고자 하는 충동이 언제나 있다. 동시에 작가들은 작업이 어떤 이상한 방향이나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 봉착하는 창작의 매순간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예술에 대한 긍정과 확신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상정한 창작의 세 과정은 발전단계가 아니라 일종의 나선형처럼 돌고 도는 창작의 긴장된 순간들을 은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우리는 창작의 세 과정과 세 미학적 요소들을 결합해 세 개의 소주제 전시로 형상화하고, 책 속에서는 기획자의 비평과 작가 인터뷰로 제시한다.  

   ① <푸른 대양 - 미결정성>에서는 기존 미술의 형식과 내용, 양식, 비평 담론을 참조하면서도 독자적인 미술 언어를 발명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한다. 최수연, 김선미, 김민경, 백정기, 선 무, 이승민, 이주호, 윤경철 이상 8명 신진 작가들의 회화, 반(半)입체, 기계작품이 이를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주제 제목에서 표현됐듯이, 이들은 미술의 미개척지를 찾지만, 이들의 작업은 아직 자신 스스로에게도 외부의 평가에서도 ‘미결정적 상태’에 있다. 그래서 이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미적 요소란 크게 범주화하면, ‘미결정성’이다. 요컨대 전적으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제안하는 것과 외관상 기존 포스트모더니즘까지의 미술 규범을 일정 정도 고수하는 양상 사이에 걸쳐 있어 정확하게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는 작업 성향을 이들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② <불시착 - 응결된 불안>은 현재 젊은 작가들의 평면작품에서 드러나고 있는 심리적 상태를 작품의 모티브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장이다. 이 소주제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다루는 모티브는 아이들, 대중스타, 인테리어 소품, 케이크, 만화캐릭터, 낙서 등 주변부적인 것 * 일상적인 것 * 대중문화적인 것들이 주종을 이룬다. 그러나 김영주, 최지영, 김지혜, 박종필, 박금화, 홍주연, 안준홍, 홍세정 이상 8명 작가들을 통해 이 모티브들은 매우 낯설고 기묘하며, 비판적인 의미를 담은 사물들로 변환된다. 한편으로 이들의 평면 작품은 작가 내면의 소박한 일상성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이들 작품에서 표출된 감수성은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문화적 삶에 대한 구체적 지표라 할 수 있다. 문화의 비상사태를 알리는 신호는 끊임없이 불안하게 울리는데, 우리에게 이러한 비상 신호와 불안한 심리는 일상화되어 있다. 이 8명 작가의 작품에서 우리는 ‘응결된 불안’이 어떤 표현 언어를 얻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③ <청춘의 개화 - 감촉성>에서는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성향 중 하나를 짚어보려 한다. ‘감촉성’이 그것이다. 쉽게 말하면 지금 여기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점점 강화되고 있는 이미지의 촉각성이다. 이때의 ‘촉각성’은 단순히 직접적인 접촉의 감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일종의 ‘습관’과도 같이 몸에 달라붙어 있는 지각을 의미하며, 시각예술이 더 이상 ‘시각’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연동시킬 정도로 감각에 직접 어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촉각성’이라는 말보다는 ‘감촉성’이라는 단어가 이 소주제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이 소주제에서 우리는 문미영, 이경민, 차영석, 양화선, 김청진, 김윤정, 조종성 이상 7명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더듬으면서 이 작품들의 ‘감촉성’을 전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섹션에서 ‘청춘의 개화’는 현재 만개해 있는 ‘아트마켓형 미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음을, 그러나 지금 현재 어디선가 작업하고 있을 이름 없는 작가들의 예술세계가 개화하기를 고대하는 마음 또한 함축하고 있음을 말해두어야겠다.

   우리는 이상과 같이 밝힌 내용으로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를 기획했고, 이제 이 기획물을 세상 속으로 열어 놓으려 한다. 작가들과의 첫 미팅에서 기획자는 작가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이 전시와 책의 주인공입니다. 나는 여기 있는 무명의 젊은 작가들이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라는 전시와 책을 통해 ‘대박’이 나고,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신나게 작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덕분에 저도 좀 유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하하)” 이렇게 말했지만, 우리가 이 기획을 통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예술이 예술답게 사람들로부터 지지받는 것’이다.

2007. 10. 4.
<푸른 대양 * 청춘의 개화> 기획자 강 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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