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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과 낸시랭 누가 더 예술적인가
전지현과 낸시랭 누가 더 예술적인가
[문화칼럼] 낸시랭이 불러일으키는 착시현상
 
[이택광 _ 문화평론가] 
낸시랭, < 터부요기니 - 명성황후>, 캠퍼스 위에 혼합매체, 162x110cm, 2006
▲ 낸시랭, < 터부요기니 - 명성황후>, 캠퍼스 위에 혼합매체, 162x110cm, 2006

낸시랭을 둘러싼 일련의 소동은 나에게 의아한 사건이었다. 처음에 낸시랭에 대한 언론보도를 봤을 때, 나는 무엇이 그를 “주목할 만한 차세대 예술가”로 비치도록 만드는 건지 정말 궁금했다. 그를 ‘특이한 예술가’라고 규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과문한 탓인지, 내 눈에 그의 행위예술이라는 것에서 그 어떤 ‘특이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 작년에 그가 발간한 책을 읽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뭐가 ‘도발적’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도발적인 걸 꼽자면, 미국 유수대학의 의대생이었다가 플레이보이 잡지 모델이 된 이승희보다 못한 게 아닌가 싶었다. 현상의 측면에서 본다면, 낸시랭은 여러 모로 이승희를 닮았는데,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여성해방을 동일시하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 ‘진보적’이라는 언론이나 인사들이 의아할 정도로 그에게 친절한 것도 그랬다. 물론 다른 것도 있었다. 낸시랭은 이승희보다 더 노골적으로 돈을 밝혔는데, 해괴하게도, 한국 화폐가 아니라 ‘달러’만을 돈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래서 그는 “미술은 돈”이라고 말하지 않고 “미술은 달러”라고 말했다. 과연 여기에서 그는 피카소를 패러디하고 싶었을까? 모를 일이다. 다만 확실한 건 그에게 달러는 절대적 가치 또는 지고의 쾌락을 뜻하는 하나의 기호라는 사실이다.

내가 놀라웠던 건, 이런 낸시랭의 천방지축에 대해 거의 누구도 적절한 비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강명석이나 진중권 같은 이들이 낸시랭에 대한 비평을 시도하긴 했지만, 모두 완곡한 태도로 “좀 더 지켜보자”는 수준에서 주춤한 것처럼 보인다. 무엇이 낸시랭에 대한 비판을 유보하도록 만드는 걸까? 어떤 수컷도 애교 떠는 암컷 앞에서 이빨을 드러낼 수 없다는 동물행동학의 논리를 적용해서 설명한다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어떤 기자 말대로, “애교는 에너지”니까. (참으로 부끄럽지만, 이게 한국의 문화부 기자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장난이나 치려고 내가 낸시랭을 들먹이고 있는 건 아니다. 정말 낸시랭에 무언가 있는 걸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렇게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낸시랭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본다.

낸시랭, <낸시 랭 되기>, 2006

만약 우리가 굳이 낸시랭을 ‘의미 있는 예술가’라고 부르고자 한다면, 이 지점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거다. 그의 작업은 확실히 “예술의 죽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세계사적 맥락에서 운위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차원에서 그런 게 아니다. 그의 ‘예술’은 예술 따위가 필요 없는, 예술성 같은 건 물 말아 먹어도 시원찮아 할 세계를 드러낸다. 낸시랭에게 ‘예술’은 상품교환체계 속에서만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 낸시랭에게 중요한 건 예술이 아니라, 그 예술이 잘 팔려서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에게 필요한 건 예술성이 아니라 “비즈니스 마인드”다. 그냥 쉽게 말하자면, 그에게 예술은 자본의 축적 수단이다. 상품이 되어버린 예술, 이걸 낸시랭은 “진짜 예술”이라고 부른다. 낸시랭은 확실히 예술의 죽음을 보여주는데, 그 죽음의 집행자는 자본주의다. 그러나 낸시랭은 예술의 죽음을 증언하고 이에 항의하는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자본주의에 ‘솔직하게’ 투항해버린다. 이런 솔직한 태도가 낸시랭에 대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지점에서 여러 가지 곤혹스러운 사태가 발생하는 것 같다.

낸시랭에 대한 착시현상은 여러 가지 사실을 암시한다. 황우석 사태와 유사한 맥락에서 낸시랭을 둘러싼 일련의 현상들 또한 ‘여론’에 약한 한국 지식사회의 포퓰리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더불어 돈과 쾌락에 대한 낸시랭의 태도는, “즐겨라!”라는 자본주의적 초자아의 명령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따라도 될 것 같은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는 결국 자본주의로부터 계속 쾌락을 얻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재확인하고 여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낸시랭은 충실한 자본의 전도사다.

왜 건담과 명품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는가 하는 질문에 낸시랭은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세상살이가 로봇의 차가운 갑옷처럼 강한 척 하고 살아야하는 거잖아요. 거기에 조합시키는 기생은 조선시대의 잔 다르크 같은 존재였다는 걸 부각시키고 싶어서예요. 아이의 얼굴을 붙인 건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사람의 모습을 대변하고 싶어서죠. 아,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평론가들의 말이에요. 저는 그냥 좋아하는 이미지들을 모은 거예요. 특히 명품요. I love 명품! 구찌를 특히 사랑하죠.”

낸시랭이 전하는 평론가들이 쏟아낸 그 말들이 민망하기 짝이 없는 건 둘째치고라도, 이 평론조차 ‘너무 심각하다’고, 자기는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이미지를 그냥 모은 것뿐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낸시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그러나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낸시랭이 체현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에 내포되어 있는 본질적 특성이다. 자본주의는 원칙적으로 해방에 대한 요구를 내재하고 있고, 권위주의와 에고이즘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한다. 이런 맥락에서 ‘박애’같은 고통에 대한 반응을 도덕적 표준으로 등재하기도 한다. 한미FTA에 대한 현 정부의 집착도 이런 자본주의의 해체적 속성에서 자신의 ‘진보적’ 신념을 추인해줄 어떤 ‘실재의 응답’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한다.

낸시랭이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이런 자본주의의 ‘아방가르드적 특징’ 때문이다. 자본주의만큼 예술과 삶의 일치를 주장했던 아방가르드는 없었다. 현대 자본주의의 광고는 아방가르드적 감수성과 상업주의가 결합한 거다. 예술의 산업화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건 산업의 예술화다. 산업은 부르주아의 예술이고, 기계는 부르주아의 작품이다. 이렇게 자본주의 자체가 ‘예술’이 되어버린 상태, 다시 말해서 ‘예술 없는 자본주의’가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낸시랭은 보여주고 있는 거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바로 낸시랭에게 비극일 수밖에 없다. 모든 예술이 광고이고 상품이라면, 낸시랭과 전지현 중 누가 더 ‘예술적’이겠는가?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 질문이다. 낸시랭을 가능하게 만든 그 조건은 낸시랭의 무가치함을 증명하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어낸다. 비평의 양심 같은 게 아직 남아 있다면, 이제 ‘이건 아니잖아’를 외칠 시간이 된 것 같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1968년 생으로 문화이론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2002), 『들뢰즈의 극장에서 그것을 보다』(2002)가 있으며 광운대학교 영어영문과 교수이다.



출처: 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006&title_down_code=002&article_num=7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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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rist at 2007.04.06 11:48  r x
내가 하고 싶었던말 일목요연하게 잘 썻네...ㅋㅋ
Commented by 백작가 at 2007.04.06 11:51  r x
속이 다 시원하네.....
Commented by bㅇㅇm at 2007.04.06 12:18  r x
전지현이 훨씬 더 예술적이죠...차라리 솔직하쟈나요...
Commented by Favicon of https://artranslation.tistory.com BlogIcon mojikim at 2007.04.06 18:03 신고  r x
저도 이글 읽고 비평이란게 몬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지요..!
Commented by hwaeun at 2007.04.09 08:15  r x
그런데, 제목은 전지현과 냉시 랭, 인데 전지현은 어딨을까요? 이승희는 있더만? (나 미숙이라우)
Commented by Favicon of https://artranslation.tistory.com BlogIcon mojikim at 2007.04.09 22:16 신고  r x
글쎄요. 글의 맥락으로 봐서는 '이승희와 냉시 랭의 중 누가 더 예술적인가?'라는 방향설정이 더 적절했을 듯 싶은데요, 작가의 실수가 아니라면 그냥 전지현은 제목을 위한 언급정도 인 듯 싶네요. 아님 작가분이 전지현의 열렬한 팬이시던가요..^^;;
Commented by hwaeun at 2007.04.10 00:02  r x
다시 읽어보니, 마지막 단락에 전지현 양이 언급이 되긴 하네요. 하지만, 단지 독자의 흥미를 위해서 전지현을 제목에 넣은거라면, 그것 역시 그가 언급한대로 '착시현상'을 유도하는 계략 아닌가.... 오널도 일찍 자는거는 날 샌듯..흑!
Commented by momo at 2007.04.11 02:42  r x
네. 언급은 있었지만 글 구조상으론 내용이 좀 너무 빈약한건 사실인듯! 미숙씨 잘 꼬집으셨어요..!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unny.com BlogIcon montreal florist at 2009.10.28 23:52  r x
벌거벗은 임금님동화속처럼 됬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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